나는 과학적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비과학적 인간이다. 증명 되지 않은, 또는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에 언제나 관심 을 갖고, 상상하고 재미있어 한다. 모순적이게도 동시에 과학적인 것에 눈을 돌리고 그런 텍스트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. 과 학을 신봉하면서도 과학의 범주에 들지 못 하는 것을 놓지 못 한다. 최근 이런 나의 성향이 작업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 다는 생각이 들었다. 마치 내 자신이 여러 성격을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. 관심 갖는게 많아서 항 상 마음 속으로 갈등을 겪는다. 아무 것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.

 

이런 성향은 내 실생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. 내 주위에는 항상 물건이 너저분하게 쌓여있다. 남들이 보기에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물건도 마구 쌓아둔다.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. 자잘한 물 건들이 담긴 비닐봉지도 여러 개이다.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서는 아주 커다란 결심을 해야만 한다. 물건을 버리기 위해 손 으로 집으면 그게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는지 모른다. 버리기를 포기하고 다시 상자에 넣는 일도 많다. 이러다가 호더가 되 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.

 

이런 것과 동반해서 쓸데 없는 걱정도 엄청 많이 한다. 예를 들어 설 연휴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작업실에 쥬스 병을 방치 하고 치우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. 그 순간 정말 심장마비에 걸릴 것 처럼 뒷골이 땡기며 열이 확 올랐다. 왜냐하면 쥬스 병 속에 남아있는 쥬스가 부패하여 생긴 가스로 폭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. 그 생각 때문에 며칠 잠을 설쳤 고 잠 들면 쥬스 병이 폭발해서 작업실이 쑥대밭이 되는 꿈을 꿨다. 물론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.

 

또 십수년 넘게 지속되는 것이 있는데, 괴사성 근막염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. 그래서 나는 몸에 작은 상처가 나는 것도 무서워한다. 상처가 박테리아에 감염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. 지금은 좀 덜 하긴 하지만 한창 심할 때에 는 종이에 살짝 베여도 잠 들지 못 했다. 물론 살면서 그 어떤 상처도 감염된 적은 없다.

 

이런 식의 영양가 없는 걱정이 자주 생기다보니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. 항상 불안하기 때문에 잠을 자면 거의 기괴한 꿈 을 꾸게 된다. 그런 꿈을 기록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꿈 내용을 잘 잊지 않는다. 악몽도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.

머리는 참 복잡한데 몸이 못 따라주는 것 같다. 체력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요즘은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다. 주절주절~